해파랑길

해파랑길 후기


[걷고있어요] 자유, 그리고 인생 3막을 향한 30일간의 도전 –5-

  • 김동철
  • 16-09-29 14:57
  • 조회수 3,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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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동해 강릉 구간을 끝내며

 

홀로 걷는다는 건 외로움의 연속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겠지만 이 말은 그러나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928일 오후 비바람이 몰아치는 주문진해수욕장에 도착하면서 삼척 동해 강릉 구간 종주를 6일 만에 끝냈다. 부산을 떠난 지 24. 그동안 한 마디 대화도 나누지 못한 채 길을 걸은 게 절반이 넘는다.

해파랑길을 종주하는 사람을 만나 짧게나마 대화를 나눈 건 모두 네 번. 단독 종주(울진 24코스), 3인 종주(강릉 35코스). 부부 주말 종주(삼척 32코스), 3인 부분 종주(영덕 22코스) 각 한 번씩이 그것이다. 나머지는 지역 공원에서 산책객과 엇갈리며 지나칠 때나 산길을 걸으며 등산객을 만났을 때, 그리고 부지런히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농민이나 어민들과 마주쳤을 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나눈 게 전부다. 그리고 간혹 만나는 자전거로 해파랑길을 질주하는 사람들과는 손을 들어 인사를 나눈 게 고작이었다.

단 한 번 덕구온천 입구인 울진 부구리에서 삼척 호산버스정류장까지 28코스를 걷던 중 호산에서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길을 걷는 젊은 사람을 만나 두 시간 가까이 즐거운 대화를 나눈 추억은 이번 종주 중 특히 기억에 남았을 만큼 길 가는 사람을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는 거의 없었다. 평일 파도가 몰아치는 바닷길이나 거미줄이 간혹 얼굴을 스치는 산길, 끝없이 계속되는 도로를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동안 사람을 만나기는 정말 어려웠다. 이런 점에서 홀로 걷는다는 건 외로움의 연속임이 분명했다.

 

이번 단독 종주를 기획할 때 먼저 다가온 어려움도 이 문제였다. 주변에서도 30일 동안 홀로 걷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바로 이 외로움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홀로 걷는 걸 선택했을 땐 홀로 걷는다는 것이, 뭔지는 모르지만 결코 외로움만은 아닐 것이라는 나만의 자신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24일간 종주를 하면서 그 자신감이 나와 또 다른 나와의 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직장이나 사회생활 때와는 달리 해파랑길 종주는 그 길을 걷는 사람에게 무한한 자유의 시간을 준다. 재촉하는 상사도, 신경을 쓰게 만드는 부하 직원도 없는 그야말로 무한의 자유 시간 속에 할 일이라고는 무한의 자유 상상뿐이다.

해파랑길을 걷기 시작한 뒤 그 자유 상상은 나와 또 다른 나사이의 대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갖고 있는 것이라고는 시간뿐인 종주에서 나와 또 다른 나사이의 대화는 외로움이 파고들 공간을 아예 차단하는 역할을 해줬다. 어렸을 때나 학교 시절의 추억, 사회 진출 후 직장 생활의 좋고 나빴던 점 등 모든 과거와 함께 앞으로의 나 자신 모습이 나와 또 다른 나사이의 대화 주제였다. 결론이 나든 말든 그 대화는 거미줄이 무성한 숲길이나, 파도가 몰아치는 바닷가 등 모든 곳에서 이어졌다.

 

하루 8시간 가까이 무작정 걸어야 하는 해파랑길 종주에서 이뤄진 나와 또 다른 나와의 대화내용은 다음날이 되면 대부분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해파랑길의 파도와 바람 소리가 그 내용 중 상당 부분을 날려 버렸고 매일매일 또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 대목은 또렷이 마음속에 새겨졌지만 나머지 부분은 나의 외로움을 날리는데 사용되는 것으로 효용가치를 다한 셈이다.

이번 종주를 통해 깨달은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홀로 걷다 보면 또 다른 자아와 한없는 대화를 나누게 되고 이 대화는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진정한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 강향원 16-09-30 09:16
    Think of nothing things. Think of wi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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