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해파랑길 후기


[걷고있어요] 자유, 그리고 인생 3막을 향한 30일간의 도전 –4-

  • 김동철
  • 16-09-23 06:28
  • 조회수 2,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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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울진 구간을 걸으며

 

7번 국도는 한때 나의 로망이었다.

강원 고성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이 도로는 나의 젊은 시절 동해의 참맛을 즐기기 위해 자주 찾았던 환상의 길이었다. 지금이야 4차선 고속화도로로 변해 바다 감상보다는 속도가 지배하는 길로 변했지만 198090년대 이 길은 낭만 그 자체였다.

물론 꼬불꼬불한 왕복 2차선에 마을을 경유하는 길이어서 지역주민들에게는 직선화 확장이 소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자라는 직업이 주는 일상의 스트레스에 항상 시달려왔던 나에게 여름 휴가철 이 도로를 달릴 때마다 한 구비를 돌면 나타나곤 하는 바다는 시원함과 함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청량제였다.

그랬던 7번 국도가 2000년대 들어 차량이 질주하는 고속화도로로 점차 변하면서 느낌은 전혀 달라졌고 이후 바쁜 일상에 쫓겨 이 길을 찾는 일도 드물어졌다.

시간이 한참 흘러 해파랑길이 열렸다는 소식은 색다른 감흥으로 나에게 바로 다가왔다. 해파랑길이 나의 버킷리스트의 첫 자리에 자리매김한 것도 이런 로망에 770km라는 길이가 갖고 있는 무게감이 작용한 탓이었다.

이번 길을 걸으며 이제는 동네길로 변해 일부 남아 있는 옛 7번 국도를 어렴풋이 확인할 때, 그리고 그곳에서 어구를 정비하는 어민들을 만났을 때 야릇한 기분을 느낀 것도 바로 옛 로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덕-울진 구간을 걸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95일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을 출발한 뒤 17일 만에 처음으로 나처럼 단독으로 길을 걷는 종주꾼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종주라는 게 외로움 그 자체이지만 이번 종주 기간이 추석 연휴와 겹친 탓인지 바닷길이든 산길이든 사람 보기가 거의 어려웠고, 간혹 만난 사람도 대화를 시도해 보기도 전에 이미 서로 거리가 멀어질 정도로 해파랑길 종주와는 관련이 없었다. 그러던 중 921일 울진 24코스에서 처음으로 해파랑길을 단독 종주하는 한 여성을 만났다.

하루 전 고래불해수욕장을 출발해 영덕까지 간다는 20대 여성 3명을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단독 일주 종주꾼을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네니 고성 통일전망대를 출발해 20일째 걷고 있다고 한다. 난 부산을 출발해 17일째 걷고 있다고 하자 “10일 정도면 부산에 갈 줄 알았는데라고 한숨을 내쉬며 그런데 아저씨 배낭은 왜 작으냐고 묻는다.

집사람이 병참대장을 맡아 승용차로 뒤따르고 있다는 말은 미처 꺼내지 못한 채 그럭저럭 밥 사먹고 숙소를 구해 자면서 가고 있다는 대답으로 얼버무렸다. 그리고 얼마간 대화를 나누다 헤어졌는데 배낭에 대한 대답이 왜 그랬는지라는 후회가 한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 강향원 16-09-26 09:13
    이제 해파랑길 삼부능선 넘으셨네요! 후기 잘 읽고 있습니다. ^^ 태풍 지진 뚫고 쉼없는 강행군에 염려하는 지인들과 병참대장님을 향한 따뜻한 마음까지 잘 읽고 갑니다. 동해 강릉 구간도 무탈하게 아름다운 기억들을 즈려밟고 올라오세요.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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